남극 빙하 934m 뚫었더니…얼음 아래 ‘물고기 떼’ 가득 [취재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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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말, 우리나라 극지연구소가 영국과 공동으로 '남극 스웨이츠 빙하' 시추에 성공했습니다.
스웨이츠 빙하는 서남극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녹고 있는 빙하 가운데 하나입니다. 한·영 공동 연구팀은 빙하가 바다와 맞닿아있는 빙붕의 끝자락까지 파고 내려가 그 아래 바다를 관측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무려 934m를 시추해 남극 빙붕 시추 사상 가장 깊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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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495960
■ 빙하 하부 따뜻해진 바닷물, '영양분'도 늘었다
이번 탐사의 성공으로 스웨이츠 빙하의 내부 모습과 빙붕 아래 바다를 담은 생생한 영상이 공개됐는데요.
하얀 얼음 장벽이 끝없이 펼쳐지더니 어두운 바닷속 풍경과 함께 역동적인 물고기 떼도 보입니다.
빙하 아래를 직접 관측한 데이터도 놀라웠습니다.
빙하를 시추해 그 구멍 안으로 관측장비를 투하했더니 수온이 영상 1도를 웃돌았습니다. 이 정도 깊이에서는 수온이 통상 영하 2~3도 수준을 유지하는데, 이보다 3도나 높았던 겁니다.
이번 탐사를 이끈 이원상 극지연구소 박사는 "3도의 차이는 스웨이츠 빙하를 매우 빠르게 녹일 수 있는 열량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남극 바다'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물고기 떼가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도 의문을 갖게 했는데요.
극지연구소는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는 점을 전제로, 빙하 녹은 물을 통해 영양분이 공급되며 먹이가 풍부한 환경이 조성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스웨이츠 빙하가 빠르게 녹으면서 빙하 하부의 생태계 변화까지 진행 중이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 쇄빙선에 헬기까지 동원, 다음 목표는 상시 관측
스웨이츠 빙하에서 가장 위태로운 부분은 바다와 접해있는 빙붕입니다. 빙붕 하부에 흐르는 따뜻한 바닷물이 늘면서 최근 균열이 생기고 쪼개지는 현상이 잦아지고 있습니다. 빙붕과 기반암의 경계인 '지반선'도 계속 후퇴하고 있습니다.
빙붕의 붕괴가 빨라지면 빙하의 '본체'라고 할 수 있는 육지의 빙상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질 위험이 커집니다. 빙붕의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작업은 그래서 중요합니다.
하지만 해빙이나 크레바스 등 악조건 때문에 스웨이츠 빙하에 접근하는 건 어렵습니다. 그동안 실제 관측보다 위성이나 수중 탐사로봇에 의한 탐사가 대부분이었던 이유입니다.
이번 시추도 쉽지 않은 과정의 연속이었습니다.
먼저 접근을 위해 쇄빙선인 아라온을 이용했습니다. 바다를 뒤덮은 해빙 탓에 평소에는 접근이 쉽지 않지만, 1월 하순에는 해빙이 크게 줄어 30km 거리까지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에는 헬기가 30번 정도 왕복하며 시추장비 등 20톤에 달하는 짐을 스웨이츠 빙하 위로 옮겼습니다.
앞으로 한·영 공동연구팀은 스웨이츠 빙하를 상시 관측할 계획입니다.
빙하 밑에 수온과 염분 등을 측정하는 계류 장비를 투하할 예정인데, 실시간 관측한 자료가 하루에 한 번 위성을 통해 전송됩니다. 이렇게 되면 스웨이츠 빙하 아래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 왜 스웨이츠 빙하인가? 해수면 상승 '시한폭탄'
연구진들이 이처럼 어렵게 스웨이츠 빙하 탐사를 하는 이유는, 이 빙하가 '운명의 날 빙하'(Doomsday Glacier)로 불리기 때문입니다.
한반도 크기와 맞먹을 정도로 거대한 스웨이츠 빙하가 모두 녹으면 전 세계 해수면이 65cm 상승한다는 계산이 나와 있습니다. 만약 스웨이츠 빙하에 이어 주변 빙하까지 추가로 붕괴하면 해수면 상승폭은 2~3m까지 커질 수도 있습니다.
스웨이츠 빙하가 서남극 빙하의 연쇄 붕괴를 촉발할 수 있는 '코르크 마개' 역할을 하다 보니 인류의 운명이 걸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평가가 나오는 겁니다.
이번 탐사에 참여한 나지성 극지연구소 박사는 "남극 탐사가 6번째이고 많은 빙하를 경험했지만, 스웨이츠 빙하에 처음 왔을 때 깜짝 놀랐다."라고 말했습니다.
걸음을 내디디면 발밑에서 얼음 깨지는 소리가 하루에 2~3번씩 크게 나서 무서울 정도였다는 겁니다. 빙하가 갈라져 생긴 크레바스도 생각보다 훨씬 더 많았다고 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상승하면, 섬나라 못지않게 막대한 피해를 볼 수 있습니다. 멀리 떨어져 있는 남극의 빙하지만, 극지연구소가 탐사에 공을 들이며 대비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스웨이츠 빙하가 녹는 속도는, 우리 예상보다 더 빨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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